동정생활은 여전히 가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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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적이고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동정성은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기 위해, 그리고 교회와 인류를 위하여 보다 널리 봉사하기 위해 혼인생활을 포기하는 것을 뜻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독자께서는 이 영적인 동정성에 대해 질문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적인 동정성은 혼인과 혼인생활에서 오는 성적인 모든 행위들을 포기하겠다는 의지와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동정성은 순결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영적인 동정성은 생활의 어떤 특수한 형태인 반면 순결은 모든 생활 형태의 사람들에게 다 같이 해당되는 한 가지 덕이기 때문입니다. 순결이란 크리스찬적 사랑의 한 가지 특별한 표현이며, 순결은 우리의 신분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그리고 그 신분에 주어진 의무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오로지 혼인을 한 상태에서만 성관계를 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결혼한 사람들도 성을 올바르고 합당하게 사용할 때 순결을 살 수 있습니다. 즉 합당한 부부 관계 안에서 합당한 목적을 위하여 성을 사용하므로써, 순결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혼인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순결이란 성적인 행위를 극기하는 것을 뜻하게 때문에 그들이 합당한 혼인을 하기 전까지 성적인 생활을 극기함으로써 순결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정생활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순결이란 근본적이고도 결정적으로 성적인 생활을 극기할 뿐만 아니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서의 순결이란 온전히 성적인 모든 행위를 금함으로써 순결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순결은 합당치 않은 성적인 행위를 포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태도, 행동, 생각, 원의 그리고 말씨에 있어서까지도 크리스찬적 성소에 위배될 때, 또한 자신의 신분이 요구하는 바에 위배될 때에 당연히 이런 것들을 포기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므로 생각의 동정성, 말의 동정성이란 말은 적합한 표현이 아니고, 오히려 각 사람이 속한 그의 신분에 따라 순결하게 생각하고, 순결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 될 것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동정성에 대해서는 일종의 편견이 있습니다. 동정성은 인간의 자연적 욕구를 억누른다고, 사람의 인격을 충분히 계발시키지 못한다고, 욕구불만과 불안의 원인이 된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동정의 신분은 하느님의 부르심과 그분의 특별한 은총을 필요로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매우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사람만이 할 수 있다."(마태오 복음 19,11) 그리고 성 바오로는 말합니다. "사람마다 하느님께로부터 받는 은총의 선물이 각각 다르므로 이 사람은 이렇게 살고 저 사람은 저렇게 삽니다."(1고린토 7,7) 이 성서말씀에 준하여 생각해 볼 때, 교회는 항상 동정으로 봉헌된 신분이 혼인의 신분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비오 12세, 성스러운 동정성에 대한 교서, 1954년 3월 25일, 제 2차바티칸 공의회, 사제양성에 관한 교령, 10항, 1965년 10월 28일 참조) 왜냐하면 이들은 봉헌된 삶의 신분 그 자체로 혼인의 신분보다, 이웃에게 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녀님이나, 선교사, 사제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봉헌된 생활을 함으로써 그들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들을 온전히 교회와 인류를 위해 봉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잘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정으로 봉헌된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혼인한 사람보다 더 성화되고, 더 높은 경지에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느님 앞으로 나아갈 때에는 이런 신분, 혹은 저런 신분에 속해 있었는가에 따라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각자가 속한 신분에 맞게 얼마나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했는가에 따라 우열을 가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각자의 성소에 따라 그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하고자 했는가 만이 중요하기 때문에 동정생활을 하든, 혼인생활을 하든, 각자 자신의 신분에 맞게 하느님과 이웃을 잘 사랑하는 것만이 중요합니다.(1고린토 7,17 참조) ■-2000년 12월호- |